2020년 3월 27일을 끝으로 와우 클래식을 접게 되었습니다.
3월 7일부터 3월 26일까지 아라시 분지에서 죽돌이 짓을 하다보니, 나름 병맛 징박유저로 양진영에 각인이 되어서 그런지, 갑작스럽게 제가 게임을 접는 이유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1. 골드팟의 부작용, 점점 고여가는 와우 클래식
와우 클래식은 서버 초부터 지금까지 골드팟이 유행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골드 앵벌을 위한 여러 방법들이 생겨났는데, 그중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인던 버스기사입니다. 이는 기존에 만랩 유저들이 부캐릭터를 육성하기에는 최고로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유저들의 유입을 배제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버스를 타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신규 유저들이 현질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버스를 안 타자니, 필드에 사람이 없어서 신규유저들은 정예퀘스트를 진행할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실제로 제가 명예작업을 하기 전, 길드에 완전 쌩와린이가 있었는데, 가방도 챙겨주고, 골드도 챙겨주고, 간간이 버스도 태워줬지만, 결국에 저습지 3종 정예퀘스트를 도와줬던 이후로 접속을 끊었더군요. 명작 이후에 그 와린이와 같이 인던이랑 레이드도 다니려고 했었는데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이게 다 골드팟의 부작용이지만, 그렇다고 골드팟의 대체방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와우 클래식의 딜레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골드팟으로 흥했던 와우 클래식은 골드팟 때문에 병들고 있습니다.
2. 언밸런스한 PVP 밸런스
약 두달 정도의 명예작업 끝에, 3월 7일에 야전사령관 등급을 달성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아라시 분지가 바로 오픈을 했는데, 제가 주로 플레이하려고 했던 아라시 전장은 15년전의 그것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첫째, MMR이 없어서 유저의 수준이 매판 너무나도 다릅니다.
이러다보니 아라시 분지에서 이기는 것은 내가 얼마나 해당판에서 열심히 플레이했냐보다는, 어떤 팀원이 매칭이 되었냐는 운적 요소가 더 강력하게 작용했습니다. 15년전에도 MMR시스템이 없어서 운적요소가 강했던 건 지금과 똑같지만, 적어도 그때는 다들 템파밍상태가 좋지 못했고, 실력도 하향평준화라서 나름 X밥 싸움으로 재밌게 했었는데, 지금은 템괴물들이 너무도 많아졌고, 유저 수준도 올라가서, 팀에 한두명이라도 구멍이 있으면 그로 인한 스노우볼이 너무나도 심하게 굴러가기 일쑤였습니다.
둘째, 와우의 PVP 밸런스는 너무나도 언밸런스합니다.
와우 클래식에서 가장 재밌기로 소문난 검은날개둥지에서는 PVP하기에 좋은 아이템들이 많이 드랍됩니다. 과거의 검은날개둥지는 클리어하기가 무척 어려운 레이드 던전이었지만, 지금의 검은날개둥지는 첫날부터 막공에게도 깨지는 과거의 명성이 아무렇지도 않은 그저그런 수준의 던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는 낙스라마스 세기말 버전으로 패치된 아이템들이 와우 초창기부터 드랍이 되어서 그런 것인데, 이러한 이유로, 유저들의 평균 템파밍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졌습니다. 모두가 템파밍이 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검은날개둥지의 템옵션은 방어적인 옵션보다는 공격적인 스탯이 너무나도 많이 붙었고, 특히 퓨어딜러들의 경우 검은날개둥지의 템을 먹으면 엄청난 오버파워가 되어, 2명이 모이면 1명은 손쉽게 녹이는 소위 죽창메타가 펼쳐지게 됩니다.
더불어, 전장은 2인이 아닌 10인 or 15인 이렇게 대규모로 싸우다보니 더더욱 쥐도 새도 모르게 내 캐릭터는 쉽게 죽기 일쑤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와우의 매즈기는 기본 10초 이상입니다. (양변 40초, 공포 20초, 기절 40초.....) 이는, 롤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인데, 각잡고 매즈기만 돌리면 대장간 한타싸움 동안 풀매즈에 걸려서 아군이 죽는걸 구경만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언밸런싱은 검은날개둥지인 지금에서도 엄청 크게 느껴지는데, 앞으로 나올 안퀴라즈, 낙스라마스가 나오면 더 심화될 것입니다.
3. 부족한 콘텐츠, 사라져버린 목표 의식
언밸런싱한 밸런스로 인해 와우 클래식의 PVP는 망한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그나마 즐길만한 콘텐츠는 PVE가 다인데, 이러한 PVE 레이드도 일주일에 1~2회가 고작이고 난도도 너무나도 낮습니다. 레이드가 어렵기라도 하면 헤딩하는 재미라도 있는데, 지금의 와우에는 그런 도전정신을 유발하는 난도가 아니라, 유저들에게 목표의식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접속하면 할만한 콘텐츠가 없는 것이 대다수의 유저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딜레마입니다. 때문에 어느 순간 와우를 즐기기 위해 접속하는 것이 아닌 의무감으로 접속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 실정입니다. 저 또한 그래왔고, 제 주위에 대다수의 분들도 이러한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콘텐츠 부족 문제는 이후에 새로운 콘텐츠가 나온다면, 해결될 문제지만, 현재의 블리자드는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회사입니다. 이는 최근에 출시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오버워치만 보더라도 쉽게 엿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유들 때문에, 저는 결국 와우를 접게 되었지만, 그래도 9월달~11월달 만큼은 어느 게임보다도 와우 클래식은 갓게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15년전의 게임을 아무 것도 고치지 않고 지금 즐기기에는 게임이 유저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아쉬움도 큽니다.
클래식 이후에는 불타는 성전이 나온다는 블리자드의 오피셜이 있는데, 그때는 불성에서 부디 와우 클래식과 같은 실수를 겪지 않게끔 블리자드가 예스체인지로 불성을 출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섭초부터 지금까지 같이 재밌게 게임을 즐겼던 라그나로스 서버의 여러 지인분들은 저와 달리 와자타임이 없이 낙스라마스까지 와우 클래식을 쭉~ 재밌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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